2009년 10월 19일 월요일

참좋은미시의 감자 없는 감자탕

주말에도 일을 한다는 핑계로 먹거리에 완전 소홀했던 게 늘 맘에 걸렸지.

그래서 오늘은 독하게 맘을 먹고 울랑이랑 아이들이 젤로 좋아라 하는 뼈탕을 해주기로 했어.

 

감자랑, 우거지가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감자탕이라 할 수 없어서

그냥 내 맘대로 뼈탕이라 이름 지었어.

감자는 있었지만 우거지를 야심한 밤에 구할 수가 없었거든... 헤헤~~

 

자... 참좋은미시가 만드는 뼈탕의 레시피 들어갑니다요.

 

일단 정육점에서 사온 등뼈(4Kg, 윽~ 많아도 너무 많다)를 물에 담가서 피를 빼내야 해.

왜 피를 빼야 하냐고? 그건 나도 모르지.

 

일단 추측을 하건대......

고기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비린내나 누린내를 없애려고 그러는 거 아닐까?

아무튼 핏물을 빼기 위해서는 1시간 정도를 찬물에 담궈놔야 된다는 거.

이어서 돼지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 전쟁을 벌여야 돼.

월계수잎, 된장, 통마늘, 생강, 소주를 적당히 넣고 맹맹하게 한번 끓여 내는 거지.

이렇게 팔팔 끓으면 삶은 물을 버리고 뼈가 잠기도록 다시 물을 부어 주는 거야.

그리고 이제부터 진짜 양념으로 간을 해야 돼.

 

고추가루, 소금, 된장, 간마늘을 넣고 여기에서도 소주를 조금 넣어줘야 돼.

그래야 뼈에 붙은 살점들이 취해서 잘 흐물흐물해지고 냄새도 없어지거든.

뭐...... 믿거나 말거나.

 

본격적으로 조리를 하는데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불의 조절이야.

 

처음 센불에서 끓이기 시작해서 어느 정도 끓기 시작하면

중불보다 조금 약한 불(약중불?)로 40~50분 정도 충분히 고아줘야 돼.

그래야 뼈에서 살이 잘 발라지거든.

 

위에 보이는 찜솥이 보기에는 저렇게 작아 보여도

등뼈 4Kg와 그걸 잠기게 할 만큼의 물을 함께 담아 끓이는 솥이니까

엄청 크다는 것은 알아줬으면 해.

드디어 완성이 되었네.

 

그래도 찜솥 째로 먹으면 왠지 천박해 보일 것 같아서

꼴에 이쁨 받겠다고 법랑 그릇에 살포시 담아서 내어 갔어.

 

울랑이가 젤로 좋아하는 총각김치와 배추김치는 빠뜨려서는 안되겠지.

거기에 뼈탕 뒤에 있어서 잘 안보이는 파김치까지......

 

유치원 다니는 우리 두 딸아이까지 합세하여 뜨거운 뼈 하나씩을 잡고 뜯어대기 시작하는데

눈물이 나려 하는 거 있지?

도대체 뭘 얼마나 굶겨 놨으면 저렇게 먹을까 싶더라고.

 

원래 청양고추나 고추가루가 많이 들어가야 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얼큰하게는 하지 않았어.

서로의 잔에 이슬이를 한잔씩 따라 마시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고.

 

울랑씨! 오늘 고마워요.

그리고 얘들아! 너희도 감사해.

이 세상에서 젤로 맛있는 음식이라고 몇 번이나 치켜 세워 주면서 맛있게 먹어줘서......

 

내가 오늘은 사는 보람을 행복 가득히 느끼겠더라고.

음...... 다음엔 뭘 해줘야 할까?

 

댓글 12개:

  1. 와~ 행복한 밥상입니다. ^^ 저는 언제 받을수 있을까요?? 흐흐



    참.. 참고하시라구요.. 그 머냐.. 고기 비린네 제거에는 커피가 짱입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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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맛있겠네요 ㅎㅎ 저희집은 육질이랑 냄새 제거를 위해 콜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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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momogun - 2009/10/19 22:57
    아... 커피 사용하는 집이 많다고 들었어요.

    누린내 제거에 좋다죠?

    저도 다음에는 한번 사용해 봐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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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gemlove - 2009/10/19 23:13
    아... 콜라도 냄새제거에 도움이 되나 보네요.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어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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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ㅎㅎㅎ 저도 며칠 전에 감자탕 끓였는데...

    조만간 포스팅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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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감자탕의 감자는... 등뼈를 말한다죠.. 그러므로 동그란 감자가 없어도 등뼈로 만들었으면 감자탕이 맞네요... ㅋㅋ 누린네 잡는데는 커피가 좋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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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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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하수 - 2009/10/20 07:05
    기대되네요...

    한번 방문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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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짱뚱어 - 2009/10/20 09:27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꼭 사용해봐야 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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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Anonymous - 2009/10/20 19:07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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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감자없는 감자탕이라서 별로 맛이 없어 보일줄 알았는데...

    역쉬 미시님이시네요...^^

    넘 맛있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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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파아란기쁨 - 2009/10/22 10:15
    보기보다 더 맛있다고 그랬어요.

    울랑이랑, 아이들이... ㅎㅎ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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