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2일 월요일

모자가 달려서 할머니한테 안 어울려요

주말. 그래도 난 쉬지 못하고 일을 하지.
그래서 우리 아이들을 주말마다 시부모님께 맡길 수밖에 없어.
다행인 것은 걸어서 10분 거리의 한 동네에 살고 있다는 거야.
이젠 아이들도 주말만 되면 할머니 댁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어.
오히려 집에 아빠랑 있으라고 하면 싫다고 할 정도라니까.

 

지난 토요일에도 아이들은 할머니 댁으로 갔고, 그곳에서 주말과 휴일 오전을 보냈지.
다음날인 일요일에 아이들을 데리러 갔더니 시어머님께서 볶음멸치를 챙겨주시더라고.

 

“어머니 안주셔도 되요. 제가 볶으면 돼요.”
“말도 마라. 글쎄 너희 큰애가 멸치 볶은 것을 먹으면서 뭐라는 줄 아니?”

 

순간 궁금증이 확 일어나더라고.

 

“뭐라 그랬는데요?”
“글쎄 저 조막만한 것이 ‘할머니 맛있어요. 이거 집에도 가져가고 싶어요.’ 이러는 거야.”

 

이런...... 집에서는 잘 먹지도 않으면서 왜 그랬을까?
나보다 살림을 더 챙기는 것을 보니 나중에 깍쟁이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거 아냐?

 

“그리고 또 삶은 콩을 몇 개 집어 먹더니만 하는 말이 정말 가관이었어.”
“또 뭐라고 했는데요?”
“고소하니 맛있다면서 즈그 엄마 다이어트 할 때 먹으면 좋겠다고 가져가고 싶다더라.”

 

헉! 이렇게 암팡지다니.....
결국 미묘한 느낌이 나는 웃음을 보이시면서 시어머님께서 한 말씀을 더하시더라고.

 

“하여간 조 기집애 여간내기가 아니야. 애미야. 넌 딸 잘 둬서 좋겠다.”
“하하하”
“또 있다.”
“네?”
“니 형님이 외투 하나를 사들고 와서 입으라고 하더라. 그래 내가 품이 맞나 하며 입어보고 있는데 니 딸이......”
“뭐라고 했어요?”
“어이! 이쁜 공주님. 이리 와봐. 니가 엄마한테 말해줘. 할머니한테 뭐라 했는지.”
“할머니 모자가 있어서 할머니에게는 안 어울려요. 울 엄마 입으면 이쁘겠다. 우리엄마 주세요.”

 

이 대목에서는 내가 완전 자빠질 수밖에 없었어.
얼마나 무안하고 민망하던지 얼굴까지 술 한 잔 마신 여자처럼 빨개지더라니까.

그래도 기특한 것이 엄마를 그토록 챙기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딸은 잘 둔 것 같더라고.

댓글 18개:

  1. ^^ 귀여운 따님이시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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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ㅎㅎㅎ 밉지 않은 따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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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오... 정말 짱이네요.^^

    따님을 잘 두셔서 정말 기쁘시겠어요...

    나중에 커서 살림도 정말 잘하는 멋진 여인이 될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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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MoreCreative - 2009/10/13 00:23
    감사합니다...

    요즘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 졌는데 건강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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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momogun - 2009/10/13 04:25
    얼마나 미운짓을 많이 하는지 몰라요.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쌀쌀해진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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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파아란기쁨 - 2009/10/13 08:45
    살림도 잘하고 일도 잘하는 멋진여성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에요.(엄마의 욕심)

    우선은 건강하고 아무탈 없이 잘 자라주었으면 해요.

    일교차가 심한 요즘 건강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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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하하 사랑스러운 따님을 두셨군요 엄마를 참 좋아하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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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넷테나 - 2009/10/13 09:12
    가끔은 사랑스럽지 못한 딸이 되지만요.

    제가 요즘 일이 많아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이 적어져서 인게 아닌가 싶어요.(반성)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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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엄마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나 이쁘네요.

    여우같은 기질도 있지만 내가 곰같은 딸을 키우다보니 곰보다는 여우가 100배 낫겠다고 항상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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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푸하하하... 깍쟁이 따님이 아주 예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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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ㅋㅋㅋ 귀여운 따님이네요 엄마를 잘 챙겨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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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요즘 웃을일 없어서 찡그리고만 있었는데, 오랫만에 큰웃음 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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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ㅋㅋ 할머니는 조금 서운하셨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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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허니 - 2009/10/13 11:04
    가끔 이렇게 예쁜 짓을 할 때가 있네요.

    고맙습니다.

    따님 예쁘게 키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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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하수 - 2009/10/13 14:20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고집부리거나 심통부릴 때는 정말로 밉기까지 하죠.

    그래도 이런 맛이 있으니까 내 자식이 예쁜 거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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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gemlove - 2009/10/13 21:53
    고맙습니다.

    좋은 밤 되시고, 예쁜 꿈 꾸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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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aryasu - 2009/10/13 22:58
    그러셨어요?

    조금이나마 웃음을 드렸다면 다행이네요.

    내일도 많이 웃으실 수 있는 날이 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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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종이술사 - 2009/10/15 22:14
    그래도 손녀의 재롱으로 봐주셨으니 다행이죠. 뭐.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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