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무진장 시간도 안가고 일하기 대따 싫었어.
"램프의 요정이 지니야? 글쎄 누구건 간에 누구라도 나좀 이 지긋지긋한 직장에서 델꼬 가줘요."
아! 소원을 말했더니 한 박자 늦게 들어주기는 하네.
누가? 누구긴 누구야? 그래도 한 지붕 아래서 같은 솥밥의 밥을 따로(?) 먹는 울랑이지.
왜 따로 먹냐고? 딴지는 걸지 마시와요. 각자 먹는 타이밍이 다른 것 뿐이니......
컬러링에 걸려있는 음악이 좋아 고개를 까딱거리고 있는데
"참좋은미시야. 전화 안받을 거야?"
"응? 내 전화였어?"
째진 눈을 얍삽하게 치켜뜬 동료가 핸드폰 벨소리를 듣고 내게 알려준 거야.
내가 전화를 받던 말던 왜 지가 신경쓰고 난리야?
목소리라도 정감있게 말하면 고맙기나 하지.
그냥 잠자코 찌그러져 있으면 얼마나 고마울까?
액정으로 보이는 발신자를 보니 울랑이이었어.
잠시 헛기침 캥캥~~ 몇 번 하고 나서 코맹맹이 애교를 작렬시키며 멘트를 날렸어.
"서방님~~ 어인 호출이사와요?"
"응? 왜 이래 이거. 급한 일 있다고 꽁치고 냅다 튀어나와."
"엥? 지금? 가게는 오또케 하구요?"
"왜? 너 없으면 가게 망한데? 너 많이 컸다."
깨갱...
사정없이 날린 접시에 자빠져 자던 강아지가 영문도 모른 채 정통으로 맞은 것 같은 느낌이 이럴까?
"그니까 지금 소첩께 하신 말씀이 잠깐 나왔다가 들어가라는 게 아니고 아조 고냥 통째로 재끼라는...?"
"아! 글타니까. 빨랑 튀어."
서방님이 그러하시라면 힘없는 저는 따를 수밖에 없지 않사와요?
아이고. 그렇지 않아도 세월아 왜 안가니, 가고는 있는 거니 하면서
꺼꾸로 매달아 놔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울랑의 얘기로 위안삼아 버텼는데.
얼씨구나 하면서 "나 퇴근해요" 란 말만 남기고는 냅다 튀어나갔어.
기분 좋은 일이 있었대. 더군다나 주머니도 조금 두둑해졌고.
로또라도 된 거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에 만만의 콩떡이지.
이궁...... 행여 저 화상이 로또 맞았으면 나한테 먼저 전화 했겠다.
항상 하는 말처럼 뒤도 안돌아보고 인천공항으로 달려가 뉴질랜드로 발랐을 걸?
뭐 어때? 아무튼 오늘은 지옥이나 되는 것처럼 일하기 싫은 직장에서 끄집어 내줬는데...
훤한 대낮에 울랑이랑 술마셔 본 게 언제적인가 싶어 꼴깍 꼴깍 주는 잔마다 마셨더니 울랑이 왈...
"왜? 누가 오늘 술 안마시면 사람 취급 안한대?"
써그럴...... 말을 해도 그렇게 싹박아지 없게 하냐. 좀 좋게 말하면 어디가 덧나나.
그래도 씨익~~~ 가식의 웃음 한사발과
"에고! 이 열일곱의 형님아!" 라는 속으로 하는 멘트를 함께 날렸지.
▶ 설마 열일곱의 형님이 십팔이라는 걸 모르는 분은 없겠죠?
배터지게 먹고(혹시나 직장 동료가 이걸 보고 꼼박으면 안되니까 메뉴는 생략)
띄엄띄엄 뭘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써그럴~ 애들 핑계대면서 또 내게 열라 쪽을 주던 그 곳에서 잠깐만 놀다 가자네.
그 곳이 어디냐고?
이른 바 300원 노래방.
천원짜리 넣으면 네 곡이나 할 수 있다고.
그렇다고 오락실이나 영화관 귀퉁이에 찌그러져 있는 그런 곳 아냐.
삐까번쩍하고 진짜 노래방 만큼 시설도 잘되어 있어.
요즘 김건모가 려인을 부를 때 쓰는 그 마이크 있잖아. (<=맞나?)
목소리를 한 곳으로 모아준다는 둥그런 파리채 모양의 망이 있는 스탠딩 마이크.
그것도 있다니까.
그래! 지난 번에 왔을 땐 몰랐었는데 센스였구먼.
300원 노래방 센스.
사운드 이펙츠 옵 하이 퀄러티...... 엄청 놀라운 품질의 사운드 효과를 자랑한다는 곳(맞나?)
뮤직 스튜디오? 그건 아닌 거 같은데...
그래도 뭐 나름 괜찮았던 같으니까 딴지는 걸지 말아야겠지.
자 300원 노래방 센스로 고고~~.
내부 모습이야. 이런 방이 몇개나 될까?
한번 세어 보려고 했다가 내 스스로가 뭐하나 싶어 걍 포기했어.
뭐... 열개는 한참 넘어 보였으니까 스무개 정도 될려나? 그보다는 적겠지?
금욜에 오픈했다는데 난 울랑이랑 토욜날 갔었어.
그때 애들 좋아하는 포도 박스를 들고 갔었는데 여사장님이 살갑게 맞아 주더라고.
잠시 애들 때문에 담배를 피고 들어온 울랑이가
커피가 담긴 삐까번쩍한 잔을 잔받침에 올려 들고 오더니 한모금만 마시라네.
뭐? 자기가 인품이 있어보이니까 이런 커피를 대접받는대나 뭐래나.
"흥~~~" 이올시다.
이왕이면 새로 탄 커피나 귀엽게 들고 올 것이지 말야.
그래도 오늘은 애들이 있으니까 다행이지 싶어.
지난 번에는 노래 시킨다고 순진하게 마이크를 잡은 엄마가 당했는데
오늘의 희생타는 너희들이 되는구나.
얘들아 미안해!
그 사이에 엄마는 홈까지 밟고 나서 여유롭게 덕아웃에서 쉬고 있을께.
그래도 아쉬우니까. 애들이 당하기 전에 내가 얼른 먼저 한 곡 때렸어.
주사 맞을 때 보면 먼저 맞고 나서 순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한테 겁나게 아프다고 엄살떨면 재밌었거든.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동안 울랑이는 내 노래는 하나도 듣지 않고 애들 노래만 신경을 쓰데.
아이고 서운해라.
그래도 꿋꿋하게 참으며 애들한테 "동요 부를래?"하고 물어 보고 있는데
엽기적인 울랑이가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면서 하는 말.
"야! 얘들 에프티아일랜드의 '바래'있지. 그거 잘하더라. 그거 틀어 줘봐봐"
[이 곳에 있던 노래방 동영상은 몇 번을 생각해도 불안하기에 삭제하였습니다.]
얘들이 그런 노래를 벌써 부를 줄 알아?
반신반의하면서 번호를 눌렀더니 서로 마이크 잡으려 난리가 아냐.
애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흐뭇해 하고 있는데......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을 또 예약하는 울랑이.
그러면서도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어.
"왜 그런 뚱한 얼굴이야?"
눈을 치켜 뜨면서 속으로만 물어보았지.
울랑이 짓고 있는 표정을 보니 잘못 얘기했다가는 뭔 일 나겠다 싶더라고.
"얘들이 정말 잘부르는 노래가 있는데 여긴 없네. 근데 그 노래가 뭔지 자긴 알아? 모르지?"
"뭘 잘부르는데요?"
"내귀에 캔디....... 근데 여긴 없어. 십구(에서 일을 빼면 뭘까요?)"
[이 곳에 있던 노래방 동영상은 몇 번을 생각해도 불안하기에 삭제하였습니다.]
크크크...
어쨌든 좋아. '총맞은 것처럼"이나 한번 들어 보자고.
그래도 살짝 미안하네.
나 챙피 안당할라고 딸내미들 판 것 같아서.
그래도 의외로 잘하네. 내 딸들이라 예쁘게만 보인 탓인가?
목이 아픈 건지 있는 힘껏 쥐어 짜내면서 노래 부르기에 열중하던 아이들이
노래가 끝나자 또 뭐라뭐라 하더라고.
"뭐? 헉~ 뭐라고? 소원을 말해 봐"도 부르고 싶다고? 이룬~~~
할 수 없이 소녀시대 언니들의 "소원을 말해 봐"를 눌러 줬어.
[이 곳에 있던 노래방 동영상은 몇 번을 생각해도 불안하기에 삭제하였습니다.]
그래 니들 맘대로 오늘 한번 제대로 놀아봐라 하는 마음이었지.
엄마는 항상 니들 편이니까.......
이궁...... 철없는 울랑이는 티아라의 "거짓말"까지 부르라고 종용을 하고 있네요.
결국 "거짓말"까지 애들은 불렀고 화상 딸리는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그나저나 이렇게 오늘 찍은 동영상을 올리긴 올리는데......
저작권과 관련된 분들 님들......
음저협에 계시는 분들 님들......
이런 것도 저작권에 걸리는 거라면 미리 얘기해줘요.
미련없이 싸그리 내릴께요.
그냥 밑도 끝도 없이 벌금내라고 하시거나 합의보자고 하시면 참좋은미시... 무진장 슬퍼진답니다.
워낙에 가진 거 없으니 사회봉사나 뭐 그런 걸로 땜빵해야 되는데 아이들 밥은 누가 챙기나요?
헤엥~~~ 먹혀 들었을라나?